들꽃을 사랑하는 벗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행복합니다.
먼 길을 가는 내내 들꽃이야기, 날씨이야기로 즐겁기만 합니다.
그리고 도착한 고산지대에서 만난 난초.
나리난초와 키다리난초를 담는다했는데
난초과 식물 공부가 모자란 탓에
이 녀석이 무엇인지를 구별해 내기 어려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고수들의 의견을 들으니
잎 가장자리에 옥잠난초처럼 물결모양의 주름이 있으면 키다리난초라 합니다.
그럼 나리난초는 어디에?
[키다리난초]
주변에 피어 있던 하늘나리에게 시선을 줍니다.
붉은 꽃빛이 정열적인 멋진 친구지요.
동행한 벗들의 꽃을 사랑하는 마음 만큼이나...
[하늘나리]
주변에 구릿대가 한창 꽃을 피우고 있더군요.
하지만 시선을 주는 이가 별로 없습니다.
슬그머니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한 컷 담았습니다.
[구릿대]
풀밭에서는 많은 수의 작은표범나비가 활발하게 흡밀할동을 하고 있었지요.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카메라가 가까이 가는 것은 물론이고
손가락에 올려놓아도 달아날 생각을 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짝짓기를 준비하는 모양입니다.
[작은표범나비]
터리풀도 외면당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서 또 한 컷!
[터리풀]
그렇게 한참 들꽃과의 데이트를 즐기고
산나물로 이루어진 점심 밥상을 만나 꿀맛 같은 즐거움을 나눈 후
우리는 솔나리를 찾아 떠났습니다.
일행이 솔나리를 열심히 담고 있는 동안
나는 이것저것 몇 컷을 담고 홀로 나비를 찾아 장소를 이동했습니다.
예전에 나비가 많이 보였던 지역을 찾아간 것이지요.
가는 길에 좀꿩의다리를 만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좀꿩의다리]
그리고 뜻밖의 반가운 친구를 만났습니다.
7월에 보는 각시붓꽃!
이렇게 때늦은 시기에 피어난 연유가 있을 터이지요?
[각시붓꽃]
바위 벼랑에 핀 솔나리가 예뻐 보여 한 컷 담았습니다.
옆으로 기울어져 핀 탓에 그다지 멋진 모습은 아니지만
꽃빛을 전하기에는 부족함이 없습니다.
[솔나리]
그렇게 들꽃을 담고 나비를 찾으며 산길을 한 참 걸었지만
특별한 나비는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길바닥에 내려온 번개오색나비며
은줄표범나비, 수풀떠들썩팔랑나비 등을 담고 있는 데 돌아가자는 전화가 왔습니다.
생각보다 멀리 왔는지 돌아가는 길이 멀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일이 즐겁기만 했습니다.
[번개오색나비]
집으로 돌아오는 길도 멀었습니다.
그래도 서두는 사람은 없습니다.
오는 길에 저녁을 나누고 헤어져 돌아오면서도 여유롭기만 합니다.
아름다운 들꽃들을 만났기 때문이겠지요.
산다는 일이 늘 이처럼 여유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한밭에서 곽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