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들꽃을 그리워하듯

곽요한 2012. 3. 26. 15:15

 현호색이나 제비꽃 종류를 만나고자 길을 나섰다.

장소는 현호색 종류가 무리지어 피던 그 계곡이었다.

현호색은 보름 전 통영을 방문했을 때 만난 바 있으니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다만, 제비꽃 종류는 확신할 수 없었는데

과연 계곡에 들어선지 얼마 되지 않아 현호색 꽃이 반겨주었다.

마치 먹이를 받아먹으려는 어린 새처럼 입을 벌리고

1년 만에 만나는 나를 환영했다.

 

 

현호색은 잎 모양을 따라 구분 짓는 것이 많은데

교잡이 많이 일어나 동정하기 난감할 때가 있다.

첫 번째 현호색의 잎 모양을 보면

현호색과 빗살현호색의 교잡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현호색에게서는 왜현호색의 흔적이 얼핏 보인다.

 

 

세 번째 현호색은 가장 현호색다운 모습을 지녔다.

교잡이 많이 일어나는 식물이기에

동정하기 어려울 때는 무조건 현호색으로 볼 수밖에 없다.

현호색 몇 개체를 담으며

빗살현호색, 왜현호색, 애기현호색, 점현호색 등을 찾아보았지만

겨우 잎이 올라오는 수준이어서 며칠 더 기다려야 될 것 같다.

더불어 제비꽃 종류를 찾아보았지만

아직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쉬움이 밀려들었지만

성급하게 찾아온 나를 탓할 수밖에 없다.

 

 

들꽃을 만나기까지도 인내가 필요함을 새삼 절감했다.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여러 들꽃이 지천으로 피어날 터이니

급할 것도 없으련만

사람의 심사가 이리 조급한 것이다.

그렇게 제비꽃을 찾아 계곡을 더듬는데

외로웠던 뿔나비 한 마리가 벗하자 따라온다.

벌써 십여일 전 만난 녀석이 있었기에 관심이 없었지만

끈덕지게 따라붙으니 어쩌겠는가?

한 컷 담아 주고 발길을 돌렸다.

 

 

꽃샘추위가 제법 매서운 모양이다.

작년 같으면 벌써 피었을 꽃들이 아직 보이지 않았다.

날이갈수록 내 그리움은 깊어가는데

저리 더딘 걸음으로 오는가 싶어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그러다가 문득, 꽃에 대해서는 그토록 그리워하면서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없는지 나에게 물었다.

왜 없겠는가?

가깝거나 멀거나 부지불식 간에 떠오르는 얼굴이

왜 없겠는가 말이다.

 

들꽃을 찾아가듯 그리운 얼굴들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꺼내 놓은 날이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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