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향일암이 있는 금오산 산행에 나선 일행 틈에 끼어들었습니다.
차창 밖으로 눈 덮인 지리산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모습을 보며 지리산에 들어간 어떤 시인이
며칠 동안 발이 묶였다는 소식이 떠올랐습니다.
멀리서 보는 여수 앞바다는 그리 넓어 보이지 않았지만
커다란 배들을 조그맣게 품고 있으니
그 넓이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건너편까지 거리가 얼마나 될까요?
산을 오르며 은빛 물결 속의 다도해를 보았습니다.
저 섬들에도 많은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겠지요?
리아스식해안이라 했던가요?
울퉁불퉁한 해안선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을 담아봅니다.
양식장의 부표들이 꽃처럼 아름답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삶을 꾸리고 있는 모습들을
멀리서 바라보니 소설 한 편을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날에는 등대도 외로워 보이지 않습니다.
멋진 제복을 입고 서 있는 근위병 같습니다.
짧은 산행길과 긴 여정의 나들이었지만
피곤했던 몸과 머리를 식힐 수 있는 나들이었지요.
남쪽이라 늦둥이 들꽃 한 송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했지만
아쉽게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찾아볼 시간이 부족했다는 말이 맞겠지만요.
송구영신의 날이 되면 어지간히 사람들로 부대낄 곳이었지만
향일암 외에는 아직 한적했습니다.
그래서 나름 좋은 여행이 되었다는...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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