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세월호 사고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며

곽요한 2014. 4. 19. 13:04

사흘 동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아이들이 차갑고 어두운 바닷물 속에서 죽어가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내 자신이 한심했습니다.

차라리 내가 죽고 아이들이 살았으면 좋겠다고 탄식했지만

허공을 치는 메아리일 뿐이었습니다.

보험료 계산이나 하고 있는 방송을 보면서 분노하고

 지지부진한 구조 상황에 화를 내 보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뿐이었습니다.

우리의 미래, 희망이들이 죽어가는 소식을 들으면서

가슴을 두드리는 일 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꽃마리]

 

그나마, 아이들을 살리려고 살신성인한

선원이나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작은 위안을 삼기도 했습니다.

 

[산괴불주머니]

 

이처럼 커다란 사고를 겪을 때마다

이 나라가 과연 선진국이라는 대한민국이 맞나

의구심이 들기도 합니다.

너무도 무기력한 정부,

많은 이들이 이런 나라에 산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말하는

현실입니다. 

 

[알록제비꽃]

 

이번 사고를 되짚어보면서

이런저런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고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한 명이라도 산 사람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점점 희망은 사라져 갑니다.

 

[자주족두리풀] 

 

물속에 잠겨버린 배 안에서

과연 에어포켓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남겨 두고 싶습니다.

기적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미래야! 희망아!

부디 살아있거라.

 

[매화말발도리]

 

무너졌던 마음을 추스려

사고 전 날 담았던 몇 종류의 들꽃을

고인들에게 바칩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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