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길을 나섰습니다.
이번에 만나야 할 들꽃은
멸종위기종 1급인 광릉요강꽃과
멸종위기야생식물2급인 개불알꽃(복주머니란)입니다.
가야할 길이 멀기에 한 밤중에 길을 나섰지요.
그리고 이른 아침 동이 트자마자
광릉요강꽃을 만났습니다.
기이한 아름다움을 가진 이 꽃을
어찌 광릉요강꽃이라 했을까요?
광릉이야 최초 발견된 지명이니 그렇다치고
요강꽃이란 이름은 이 꽃의 아름다움을
완전히 무시해버린 이름이라 하겠습니다.
[광릉요강꽃]
요강꽃이란 이름은
개불알꽃을 요강꽃이라 불렀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개불알꽃이나 광릉요강꽃이나
그 뿌리에서 지린내가 나고
요강을 닮은 꽃을 피워내기 때문에
요강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광릉요강꽃의 이명 중에 치마난초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것은 합죽선처럼 넓게 펼쳐진 잎을 보고 지어진 것인데
요강꽃이란 이름보다 훨씬 듣기 좋은 이름이지만
뿌리에서 나는 냄새와
꽃의 생김새가 요강꽃이란 이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할 듯합니다.
위에서 개불알꽃의 이명에 요강꽃이라는 이름이 있다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 꽃의 모양에서
음낭을 연상했나 봅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붙이기는 뭐 해서
개의 음낭으로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난(蘭)의 영어이름이 Orchideh(고환)이기 때문에
요강꽃이라 부르지 않고 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이 된 듯합니다.
[개불알꽃]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이름이 부르기 거북하다해서
복주머니란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표준말은 아직 개불알꽃이며
복주머니란은 이명이지만
두 이름 다 써도 문제는 없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복주머니란을 병기해 봤습니다.
그렇게 광릉요강꽃과 개불알꽃을 만나고 내려오다가
뻐꾹채를 만났습니다.
한 포기에 불과했지만 그 모습이 예뻐서
셧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뻐꾸기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작은 산새들의 노래만 멀리서 들렸습니다.
[뻐꾹채]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계곡을 잠시 들렸다가
그곳에서 큰앵초를 만났습니다.
계곡에 분포된 식물들을 보니
이른 봄부터 많은 들꽃이 피어났음을 알 수 있었지요.
그 계곡에서 큰앵초의 개화는 막 시작되었으므로
한 개체의 개화만 보았습니다.
[큰앵초]
물가에는 는쟁이냉이가 꽤 많이 있었지요.
흔하지만 은근히 눈길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는쟁이(능쟁이)는 명아주의 함경도지방 사투리로
는쟁이냉이는 명아주를 닮은 냉이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잎이 명아주 잎을 닮은 듯도 해 보입니다.
[는쟁이냉이]
그 외에도 몇 종류의 들꽃을 보았지만
이미 다른 지역에서 만난 친구들이었으므로
가벼운 인사만 나누었습니다.
계곡의 좀 더 윗쪽으로 올라가며 살펴보고 싶었는데
돌아올 시간 때문에 포기해야 했지요.
그래도 광릉요강꽃과 개불알꽃을 만날 수 있었으므로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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