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편지

광릉요강꽃과 개불알꽃(복주머니란)

곽요한 2014. 5. 4. 19:44

 어둠 속에서 길을 나섰습니다.

이번에 만나야 할 들꽃은

멸종위기종 1급인 광릉요강꽃과

멸종위기야생식물2급인 개불알꽃(복주머니란)입니다.

가야할 길이 멀기에 한 밤중에 길을 나섰지요.

그리고 이른 아침 동이 트자마자

광릉요강꽃을 만났습니다.

기이한 아름다움을 가진 이 꽃을

어찌 광릉요강꽃이라 했을까요?

광릉이야 최초 발견된 지명이니 그렇다치고

요강꽃이란 이름은 이 꽃의 아름다움을

완전히 무시해버린 이름이라 하겠습니다.

 

[광릉요강꽃]

 

요강꽃이란 이름은

개불알꽃을 요강꽃이라 불렀던 것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개불알꽃이나 광릉요강꽃이나

그 뿌리에서 지린내가 나고

요강을 닮은 꽃을 피워내기 때문에

요강꽃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된 것이지요.

그런데 광릉요강꽃의 이명 중에 치마난초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그것은 합죽선처럼 넓게 펼쳐진 잎을 보고 지어진 것인데

요강꽃이란 이름보다 훨씬 듣기 좋은 이름이지만

뿌리에서 나는 냄새와

꽃의 생김새가 요강꽃이란 이름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할 듯합니다.

 

 

위에서 개불알꽃의 이명에 요강꽃이라는 이름이 있다 했습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이 꽃의 모양에서

음낭을 연상했나 봅니다.

그런데 사람에게 붙이기는 뭐 해서

개의 음낭으로 비유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난(蘭)의 영어이름이 Orchideh(고환)이기 때문에

요강꽃이라 부르지 않고 개불알꽃이라는 이름이 된 듯합니다.

 

[개불알꽃]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이름이 부르기 거북하다해서

복주머니란이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표준말은 아직 개불알꽃이며

복주머니란은 이명이지만

두 이름 다 써도 문제는 없겠습니다.

그래서 저도 복주머니란을 병기해 봤습니다.

 

그렇게 광릉요강꽃과 개불알꽃을 만나고 내려오다가

뻐꾹채를 만났습니다.

한 포기에 불과했지만 그 모습이 예뻐서

셧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뻐꾸기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작은 산새들의 노래만 멀리서 들렸습니다.

 

[뻐꾹채]

 

가까운 곳에 있는 다른 계곡을 잠시 들렸다가

그곳에서 큰앵초를 만났습니다.

계곡에 분포된 식물들을 보니

이른 봄부터 많은 들꽃이 피어났음을 알 수 있었지요.

그 계곡에서 큰앵초의 개화는 막 시작되었으므로

한 개체의 개화만 보았습니다.

 

[큰앵초]

 

물가에는 는쟁이냉이가 꽤 많이 있었지요.

흔하지만 은근히 눈길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는쟁이(능쟁이)는 명아주의 함경도지방 사투리로

는쟁이냉이는 명아주를 닮은 냉이라는 말이 되겠습니다.

그러고보면 잎이 명아주 잎을 닮은 듯도 해 보입니다.

 

[는쟁이냉이]

 

그 외에도 몇 종류의 들꽃을 보았지만

이미 다른 지역에서 만난 친구들이었으므로

가벼운 인사만 나누었습니다.

계곡의 좀 더 윗쪽으로 올라가며 살펴보고 싶었는데

돌아올 시간 때문에 포기해야 했지요.

그래도 광릉요강꽃과 개불알꽃을 만날 수 있었으므로

아쉬움은 없었습니다.

 

 

-솔빛에서 곽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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